[세계일주] #23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길, 데스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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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길, 데스로드



데스로드 자전거 투어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었다.

오늘 일정을 함께할 일행은 나를 포함한 여행자 9명과 두 명의 가이드.

라파엘이라고 하는 브라질에서 온 가이드는 영어와 스페인어를 섞어가며 오늘의 일정을 설명해 주었다.



오늘 일정을 함께할 동료들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어색한 사진을 한방 찍고난 후 바로 데스로드를 향해 출발했다.



포인트 도착한 후 출발하기에 앞서 자전거와 안전장비를 지급받고 마지막 브리핑


가슴에 고프로까지 장착하고 자전거 상태를 점검했다.

보기에는 싸구려 하드테일 바이크 같았는데 다행히도 브레이크 상태는 괜찮았다.


전날 비가 온 터라 길이 미끄러울테니 조심하라는 가이드의 마지막 당부를 끝으로 일행은 투어를 시작했다.

처음 30분 정도는 차가 다닐 수 있는 공도를 따라 쭉 내려가는데 진짜 길이 상당히 미끄러웠다.

투어 시작부터 끝까지 전부 다운힐이기 때문에 딱히 자전거 패달을 밟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투어를 시작한지 약 20분 정도 흘렀을까.

앞에서 선행하던 가이드가 멈추라고 손짓하는 것을 보고 서서히 브레이크를 잡기 시작했다.

순간 내 뒤에서 따라 내려오던 자전거 한대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그대로 나와 충돌하고 말았고

나는 자전거에서 떨어져 어깨를 바닥에 강하게 부딪힌 뒤에 3바퀴가 넘게 뒹굴었다.


왼쪽 손목과 어깨에 심각한 통증을 느꼈다. 순간 데스로드 투어 뿐만 아니라 내 여행이 끝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몰려왔다.

일행들이 달려와 나를 일으켜 주었으나 팔을 들수 없을 정도로 너무 아팠다.

천만다행인 것은 빠른 속도로 바닥에 넘어지면서 얼굴이 바닥에 쭉 긁혔는데 풀커버 헬멧을 쓰고 있어 얼굴은 전혀 다치지 않았다.

나와 부딪힌 사람은 다행히 가벼운 타박상 뿐이었다.


라파엘이 신속히 응급처치를 했다. 잠시 안정을 취한 뒤에 뼈에 이상이 없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며 팔을 여기저기 만져보았다.

어깨가 조금 붓기는 했지만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다는 희망적인 말을 해 주었고 조금 더 안정을 취하기로 했다.


짧은 순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여행은 아직도 초반인데 부상때문에 여행을 중간에 끝내야 한다면 너무 후회가 클 것이 뻔했기 때문에

나 역시도 나의 상태가 제일 걱정되고 궁금했다. 잠시 안정을 취한 뒤 투어를 강행할 것인지, 아니면 포기해야할 것인지 선택해야했다.

자전거를 타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아 끝까지 완주하기로 결정했다.



다시 출발하기 직전에 한 컷


사진에서 보다시피 노면이 다 젖어있어 상당히 미끄러웠다.

이 사진을 찍을때도 어깨가 너무 아파 괴로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꾸 사진을 찍어주는 가이드...


본인의 수신호를 더 확실하게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내가 다친 것 같다며 죄책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았다.

자꾸 미안해서 그런지 카메라를 달라고 하더니 계속 나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사고가 난 지점을 지나자 곧이어 오프로드가 시작되었다


나는 일행의 맨 뒤에서 천천히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내려가기로 했다.

자전거도 뉴트럴 포지션을 유지한 채로 몸으로 오는 충격을 최소화 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취미로 MTB를 타오던 터라 오프로드 주행은 많이 익숙했다.



한발짝만 실수하면 그대로 낭떠러지


이곳의 이름이 왜 데스로드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진짜 아차하면 그대로 수백미터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보기에도 너무 위험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가까이 가지도 못할 것 같았다.



길 중간중간에 보이는 십자가


산을 내려가다보면 길 중간에 저렇게 십자가가 있는데 모두 그 자리에서 떨어져 죽은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십자가라고 한다..

사진에 보이는 저 십자가는 몇년 전 이곳에 차량통행이 금지되기 전에 이 길을 지나가던 버스가 추락해 67명이 사망했는데

당시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 사고 이후 이곳의 차량통행이 전면 금지되었고 지금은 이렇게 자전거로만 다닐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왜 데스로드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은 구간


세상에... 너무 심한 낭떠러지라 내 눈으로 직접 그 밑을 보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한해에도 여러명이 이곳에서 떨어져 죽는 사고가 일어난다고 하는데 진짜 위험한 길인 것은 분명했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을 수 있다




많은 비로 인해 중간에 도로가 쓸려내려간 곳도 있었는데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꽤 내려온 것 같은데도 끝나지 않는 오프로드




중간중간 이렇게 물 웅덩이도 많이 건너야 한다


비가 내린 덕분에 평소에는 경험하기 어려운 진정한 오프로드를 경험하는 듯 했다.

두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이런 길을 계속 내려와야 한다


산을 다 내려오고나니 온몸은 진흙으로 망신창이가 되어있었고 다 젖어있었다.

시작하자마자 다친 터라 내려오는 내내 걱정되기도 하고 많이 아팠지만 잘 끝낼 수 있어 다행이었다.

투어를 마치고 일행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데 모두 다친 나에게 고생했다며 격려해 주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라파엘이 직접 나를 병원에 데려다 주었다.

엑스레이를 찍고 진단을 받았는데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다만 어깨와 쇄골뼈 사이가 살짝 벌어져서 2주동안 안정을 취해야하고 절대 팔을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무거운 배낭을 메야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뼈에는 이상이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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