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8 7만명이 묻혀있는 산프란시스코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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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만명이 묻혀있는 산프란시스코 수도원


아침에 일어나 빨래를 세탁소에 맡긴 뒤에 바로 아르마스 광장으로 향했다.

오늘 만날 마리아(Maria)라는 친구는 내가 여행자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보고 처음 연락이 닿았다.

나의 여행에 대해 진심으로 응원해 주었고 자신이 살고 있는 페루 리마에 온다면

본인이 직접 가이드를 해 주겠다고 하여 오늘 만남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마리아는 현재 '리마센터'라는 곳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리마를 알리고 있는 현직 가이드였다.

평소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주변에 한국인 친구들도 몇 명 있는데 마리아가 그동안 만났던

한국인들이 너무 친절하고 좋아서 흔쾌히 먼저 손을 내밀어 준 것이다.


사만다와 엘리샤, 그리고 어제 만났던 클라우디도 그렇고 지금까지 만난 페루 현지인 친구들은

모두 하나같이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마리아 (Maria)


아르마스 광장에서 마리아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마리아가 추천하는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올해 20살이라는 마리아의 첫인상은 수줍음 많고 귀여운 막내동생 같은 느낌이었다.

영어도 굉장히 유창했고 확실히 현직 가이드여서 그런지 구석구석 지나칠 수 있는 작은 것들도 잘 설명해 주었다.


식당에서도 무엇을 먹어야 하나 메뉴판을 보며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페루에 왔다면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며 페루 대표 음식인 '로모 살타도'와 '세비체'를 주문했다.

로모 살타도와 세비체


로모 살타도는 소고기와 야채들을 같이 볶아서 밥과 함께 먹는 소고기 덮밥과 비슷한 느낌이었고

지금까지 페루에 와서 먹어 본 음식 중에 가장 한국인 입맛에 맞는 것 같았다.


반면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은 세비체라는 음식도 역시 페루의 대표 음식인데

레몬즙에 절인 날생선을 야채들과 같이 먹는 페루식 물회? 라고 하면 적당할 것 같다.

세비체의 경우에는 거부감은 없었지만 향이 굉장히 강한 음식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마리아를 따라 산프란시스코 수도원으로 향했다.


산 프란시스코 수도원 (lglesia y Convento de San Francisco)


아르마스 광장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고 수도원 앞의 조그만 광장에는 비둘기가 엄청나게 많다.

이 수도원이 유명한 이유는 지하에 있는 지하무덤인 카타콤(Catacombs)이 있기 때문이다.

카타콤에는 약 7만명의 뼈가 있다고 하는데 7만 명이라니...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입장료를 내고 입장하자 커다란 그림들이 많이 걸려있고 금으로 장식된 예배당과 가구들이 굉장히 화려했다.

밖에서 봤을 때는 성당인 줄 알았는데 이런 곳 지하에 지하 무덤이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어두운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드디어 산프란시스코 수도원의 지하무덤인 카타콤이 등장했다.

카타콤의 실체는 그 시작부터 너무나 충격적이었고 음산한 분위기가 나를 압도했다.



사진의 뼈 하나하나가 모형이 아닌 실제 죽은 사람들의 유해라고 한다


오래 전 처음 이곳을 발견했을 때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엄청난 악취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다고 한다.

그 냄새는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았고 카타콤에 들어서자마자 기분나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마리아에게 왜 이런 곳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물었더니

이유인 즉슨, 그 당시 사람들은 사후에 이곳에 묻힘으로써 보다 쉽고 빨리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사후에 이 곳에 묻히기 위한 경쟁까지도 존재했다고 한다.


어떤 곳은 사람의 뼈를 부위별로 분류해 놓은 곳도 있었고

어떤 곳은 사람들의 신분에 따라 분류를 해 놓았고

또 어떤 곳은 어린아이들의 유해만 모아놓은 곳도 있었다.


보면서도 두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카타콤


저게 진짜 모형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의 뼈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게다가 지하 카타콤은 지금까지도 발굴이 계속 되고 있다고 하니 그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인디아나 존스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을 실제로 보고 있으니 참 기분이 묘했다.


사진 뒤로 보이는 방에 수 많은 사람들의 뼈가 산처럼 쌓여 있다.


도대체 과거의 그들은 왜 죽어서 이렇게 어두 컴컴한 지하에 묻히고 싶어 했을까.

역한 냄새와 습하고 음산한 이곳에 두 번 다시 올 일은 없겠지만

처음 마주했을 때의 그 충격은 아마 평생 잊기 어려울 것 같았다.



마리아와 함께


카타콤 투어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마리아와 소중한 추억을 남겼다.

가이드 자격증이 있는 마리아 덕분에 우리는 줄을 서서 투어 시간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고

바로 입장에서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궁금한 것들이 많아 질문이 많았는데도 하나하나 너무나도 친절하게 알려주었고

짧은 시간 이었지만 오늘도 지구 반대편에서 소중한 인연을 만든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아침에 맡겨둔 빨래를 찾아 숙소로 돌아가는 길


내일은 이번 여행의 두 번째 목적지인 와라즈로 향한다.

리마에서 버스로 8시간, 트래킹의 도시 와라즈.


그곳에서 파스토루리 빙하와 69호수 트래킹을 할 예정인데 상당히 고지대이기 때문에

고산병에도 대비할 겸 오늘은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일찍 일정을 마무리 하기로 했다.

히말라야 트래킹 당시에 고산병으로 정말 고생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발 고산병 증세 없이 일정을 소화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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